🌧️ 비오는 날 자전거 여행, 팔각정 아래에서
나는 비가 오는 날에도 자전거를 탓다.
좀 적게 내리면 그냥 맞고 만이 오면 우비를 쓰고 탄다.
문득 10년 전쯤 생각이 나네요.
폭우가 쏟아지던 날,
부산에서 부터 시작해서 국토종주길 자전거 여행을 시작했던 날이 생각난다.
.🚴♂️ 폭우 속 라이딩의 시작
부산을 출발할 때부터 하늘은 잔뜩 흐려 있었다.
어렴풋이 느낌이 왔지만,
“설마 그렇게까지 내리겠어” 하며 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하늘이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땐 그래도 젊었다.
배낭 속에 우비 하나, 젖은 운동화.
길 위의 모든 것은 사라졌고,
앞만 보고 달리던 나는 우연히 근처에 팔각정 하나를 발견했다.
거긴 천국이었다.
🏞️ 팔각정 아래에서의 잠시
팔각정 안엔 나 혼자였다.
바깥은 폭우,
안은 적막.
우비를 꺼내 입고,
물이 뚝뚝 흐르던 얼굴을 닦으며,
잠시 숨을 골랐다.
그때 아무생각 없이 자전거 여행이 좋았다.
비가 내리니 더 감성도 생기고 기분이 상쾌했다.
빗줄기를 바라보며,
마냥 행복 했다.
🌦️ 비가 잦아들고, 다시 출발
30분쯤 지났을까.
비는 점점 약해졌고,
세상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빗물에 씻긴 나뭇잎은 더 짙어졌고,
도로 위엔 물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속도는 느렸지만,
기분은 가벼웠다.
빗속을 지나온 나를,
나는 조금 더 믿게 되었다.
🧰 그날 이후 내가 배운 것들
그 여행 이후,
나는 비 오는 날 자전거를 탈 때 준비하게 되었다.
- 우비는 꼭 방수 좋은 걸로
- 물받이는 생존템
- 속도보다는 생존, 천천히 달릴 것
- 비 올 때 쉴 수 있는 공간을 미리 파악해 둘 것 (정자, 공원, 지하도)
- 라이딩 후 체인과 브레이크 꼭 점검할 것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의 여유를 챙기게 되었다.
✍️ 마무리하며
누군가는 비가 오면 자전거를 멈춘다.
나는 그날을 기억하며,
오히려 자전거를 타고 싶어진다.
그날 팔각정 아래에서 만난 고요한 시간이
내게 준 선물은,
속도가 아니라 기억이었다.
마지막으로 빗길 자전거는 위험하다.
사고를 몇 번 당했고 수술도 하고 했지만 그래도 달린다.
대신에 이재는 빗길에는 될 수 있는 한 조심 더 조심해서 운전한다.
'자전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기자전거 입문자를 위한 가이드 – 구매 전에 꼭 알아야 할 5가지 (3) | 2025.05.07 |
---|---|
자전거 장비발, 써본 사람만 안다 – 장비는 사치가 아니라 생존이다 (7) | 2025.05.07 |
자전거 다이어트 실험기 (2) | 2025.04.27 |
도심 자전거 출퇴근 현실 (4) | 2025.04.26 |
ATV 4륜 오토바이 (3) | 2025.0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