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렁쇠 굴리던 민수의 봄날
어린시절 생각이나서 각색해 봤어요.
어쩌다가 단편 소설 까지 쓰게 되내요.
민수는 시골 마을 끝자락 작은 흙길을 따라 굴렁쇠를 굴리며 달리고 있었다.
햇살은 따사롭게 마을 지붕들을 쓰다듬고, 개구리는 논두렁에서 첫 노래를 시작하던 봄날이었다.
철사로 만든 굴렁쇠와 나무 손잡이 하나면, 세상 어디든 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민수야, 또 굴렁쇠냐?”
뒤에서 철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빨리 굴리나 내기하자!”
민수는 씩 웃으며 굴렁쇠를 더 세차게 밀었다.
굴렁쇠는 민수의 키보다 훨씬 큰 느티나무 아래를 휙 지나고, 바람처럼 골목길을 돌아 마을 우물가까지 내달렸다.
아스팔트가 없던 시절, 먼지가 발끝에서 모래바람이 되어 흩어졌지만, 그 안에서 민수의 웃음소리는 햇살처럼 반짝였다.
굴렁쇠는 민수에게 단순한 장난감이 아니었다.
혼자 있는 시간이 많던 민수에게 굴렁쇠는 친구였고, 세상을 향한 모험이었다. 학교 가는 길도, 장터 가는 길도, 굴렁쇠와 함께라면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다.
어느 날, 굴렁쇠는 민수의 발목을 삐끗하게 만들었고,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렸다.
“그만 굴려라. 넘어지면 큰일 난다.”
하지만 민수는 살짝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엄마, 굴렁쇠가 앞으로 가는 걸 멈추면, 나도 멈추는 것 같아.”
그 말이 마음에 남았는지, 어머니는 민수가 다 나은 다음날, 굴렁쇠 손잡이를 새 나무로 갈아 끼워 주셨다.
민수는 다시 굴렁쇠를 굴리며 논두렁을 달렸다. 바람을 가르며, 꿈을 향해.
지금은 민수도 어른이 되어 자전거를 타고 출근길을 달리지만, 그때의 굴렁쇠처럼 앞으로만 가는 마음은 여전히 가슴 속에서 뱅글뱅글 굴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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